퇴사 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지만 때때로 그 결정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내 선택이 누군가에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 글은 그 어긋남 속에서 흔들리던 감정과, 이제는 굳이 설득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한 기록입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

 

“요즘 뭐 해?”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일 때

 

퇴사 이후, 가장 자주 듣게 된 질문은 “요즘 뭐 해?”였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가볍게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질문은 내게 점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해보고 있어요.”“아직은 정리 중이에요.”“프리랜서 비슷하게 뭔가 하고 있어요.”
이런 대답들은 늘 내 말끝을 흐리게 했고, 상대방의 표정은 살짝 어색해지거나 ‘아…’ 하며 말을 돌렸습니다.

 

나는 분명 나름의 루틴과 목표를 갖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습니다. 회사에 다닌다고 말할 때는 직함이나 소속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했지만, 지금의 나는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종종 ‘애매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애매함 속에서 자꾸 나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말버릇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준비 기간이에요.” “다음엔 뭘 할지 구상 중이에요.” “나중엔 이것도 수익화하려고요.”

하지만 돌아보면, 그 말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장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설명이었던 것이지요.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속에서

 

내 선택을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더 큰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 속에 ‘그래도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라는 의문이 담겨 있었고, 또 어떤 이는 “그런 건 젊을 때나 가능한 거야”라고 못 박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 삶은 설명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요. 살면서 우리는 늘 기준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정규직, 연봉, 직급, 가시적인 성과.
그 틀에서 벗어난 삶은 종종 ‘불안정’이라 불리고, 낯설게 취급받습니다.

 

그 기준 안에 나를 넣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조각내어 설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에게 더 명확해지는 선택을 하기로. 이해받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를 갖기로 했습니다.

 

 

설득이 아닌 수용으로, 내 선택을 더 단단히 붙드는 법

 

나는 이제 더 이상 이 길을 쉽게 요약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내가 왜 이 삶을 선택했는지’를 나 스스로 자주 떠올리는 방식으로 삶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이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 직함도 없고, 누가 봐도 ‘단단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나의 루틴을 만들고, 마음을 지키고, 글을 쓰고, 작게라도 행동하는 나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요즘 뭐 해?”라고 물으면, 예전처럼 불안하게 웃으며 말을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그냥, 나답게 살고 있어요.” “하고 싶은 거, 하나씩 해보는 중이에요.”

 

그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설명하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 나의 확신이 더 뚜렷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삶을 가장 깊이 이해해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요.

 

설명이 없어도 괜찮은 삶이 있습니다. 그 삶은 때로 남들에게는 낯설고 모호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그 누구보다 진실한 하루하루입니다. 나는 지금, 이 삶을 납득시키기보다는 살아내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단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