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삶과, 일정도 수입도 모두 유동적인 삶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퇴사 후의 나는 뒤따라오는 불안정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불규칙한 삶 속에서 다시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나의 시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누군가는 매달 월급을 받고, 나는 오늘도 계획 중이다
누군가는 매달 월급을 받고, 나는 오늘도 계획 중이다

 

월급날이 사라진 삶, 안도 대신 찾아온 불안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체감된 변화는 ‘월급날’이 없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매달 25일이 되면 자동으로 들어오던 고정 수입, 그 존재만으로도 최소한의 안정감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안정감이 사라진 첫 달, 나의 하루는 예상보다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커피 한 잔, 식비, 교통비 하나까지 머릿속으로 자동 계산하며 ‘이건 지금 써도 되는 걸까?’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던 작은 지출들도 이제는 ‘소비’가 아니라 ‘결정’이 되었고, 그때부터 삶 전체가 숫자에 얽매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건,‘다음 달에도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계획은 장기보다 단기로 쪼개지고, 스스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불안정하지만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고, 지금은 그 대가를 감내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어떻게 하면 이 불안 속에서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정된 월급 대신, 내가 만드는 리듬

불확실한 삶에서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시간의 구조’였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내가 하루의 흐름을 직접 설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나만의 작은 주간 계획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돈을 벌기 위한 활동뿐 아니라, 아침 루틴, 콘텐츠 아이디어 정리, 운동 시간, 독서/공부 일정, 예상 수입 지점 체크 같은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계획표는 단순히 ‘일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삶을 붙잡아주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불규칙한 일정을 살아가더라도, 하루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수입이 없거나 적은 주간에는, 소비 대신 배움과 기록으로 나를 채우는 시간을 설정했습니다. 무료 강의를 듣거나, 글을 쓰거나,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식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삶이 멈추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그 덕분에 ‘수입이 곧 존재의 증거’라는 생각에서 점차 멀어질 수 있었습니다.

 

 

외적인 수입보다 내적인 감각을 지켜가는 일

월급이 없다는 건 분명 현실적으로 불안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불안에 전부를 내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감각들을 하나하나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출의 투명성’이었습니다.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소비하는지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전에는 스트레스 해소, 보상심리로 흘러갔던 소비들이, 이제는 ‘이 소비가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거쳐가며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작은 수입의 의미를 확대하지 않기’입니다. 처음 블로그에서 수익이 생겼을 때, 나는 너무 기뻐했고 동시에 너무 조급해졌습니다. “이걸 키워야 해”, “더 벌어야 해”라는 압박이 몰려왔고, 그 순간 다시 ‘성과 중심의 삶’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수입의 크기보다, 그 수입이 내 삶에 어떤 흐름을 만들어주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안정감은 ‘무엇을 얼마나 버는가’가 아니라, 그 불확실함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한 수입보다, 나의 감정과 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것도요. 누군가는 매달 월급을 받고, 나는 오늘도 계획 중입니다. 그 차이가 때론 불안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만의 방향성과 자유의 증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삶에도 나만의 리듬이 생기고, 그 안에서 안정감이라는 감각은 천천히 자라납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리듬 위에 작은 발자국을 하나 더 찍습니다. 내가 만든 삶을 내가 걸어가기 위한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