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의 승진 소식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는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이 글은 비교가 나를 삼키기 전에 멈춰야 했던 생각들과, 다시 나를 중심에 세우려 했던 감정의 기록입니다.

 

친구들은 승진하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일까?
친구들은 승진하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일까?

 

승진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복잡했던 마음

 

최근 오랜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드디어 팀장 됐다. 나도 이제 어깨 좀 펴고 다녀도 되겠지?”
웃으며 전한 그 말에 나도 웃었지만, 속으로는 복잡한 감정들이 일렁였습니다. 물론 기쁜 일이었습니다. 친구는 성실했고, 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인정받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었고, 마음 깊이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같은 출발선에 있었는데 왜 이렇게 멀어진 느낌이지?’ ‘혹시 나만 멈춰 있는 건 아닐까?’

그 친구와는 비슷한 시기에 사회에 나왔고, 함께 고민을 나누던 사이였기에 더더욱 비교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퇴사한 지 꽤 되었고, 아직 명확한 소속도 없고, 수입도 일정하지 않으며, ‘커리어’라 부를 수 있는 흐름은 아예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그 현실이 친구의 뉴스 앞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날 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가?”
하지만 그 감정은 결국, 타인의 속도를 기준으로 내 삶을 측정하고 있는 나 자신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나의 속도는 정말 뒤처지고 있는 걸까?

 

비교는 언제나 교묘하게 찾아옵니다. 특히 숫자로 결과가 드러나는 순간, 비교는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연봉, 직급, 성과, 직함… 회사라는 체계는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그 흐름을 벗어난 나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려 노력합니다.

 

“나는 정말 뒤처지고 있는 걸까?” “내가 멈춰 있다고 느끼는 건, 정말 ‘정지’ 상태일까?”

 

조용히 하루를 되짚어 보면, 나는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감정을 살피고,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때론 가벼운 실험도 해보며 나름의 리듬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이 보이는 성과가 없을 뿐, 내가 살아내는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스스로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서 내 삶을 깎아내리고, 그 사람의 경로만이 ‘정상적인 길’이라는 듯이 바라보며,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건 결국 내 마음의 시선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의 속도로 잘 가고 있다.”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 멈춘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다독이며, 내 걸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비교 대신 선택한 것들: 중심을 다시 나에게로

 

누군가는 커리어를 쌓고 있고, 누군가는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직함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나만의 루틴을 지키며, 크지 않지만 나에게 중요한 일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교 대신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려 합니다.

  • 오늘 하루,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갔는가?
  • 지금의 삶이 나에게 안정감과 성장감을 주는가?
  •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나는 믿고 있는가?

그 질문에 “그래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비교는 멈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빠져드는 대신, 나의 중심을 다시 회복하는 일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친구는 그 친구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고,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속도, 각자의 계절, 각자의 방향이 있는 것처럼요. 내가 멈춘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다시 내 하루의 작은 성취들을 떠올립니다.

 

쌓이지 않는 것 같지만, 분명히 쌓이고 있는 것들. 그것들이야말로 ‘제자리걸음’이 아니라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친구들은 승진하고 나는 여전히 조직 밖에 있지만, 나는 지금 내 삶의 방식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뒤처졌다고 단정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오늘은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