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 길이 틀린 건 아닐까, 실패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퇴사 이후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지만, 아무것도 명확해지지 않은 현실 앞에서 자꾸만 그 결정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 글은 그런 흔들림 속에서, 나 스스로를 붙잡기 위해 떠올리는 말들과 감정의 방향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괜히 그만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
퇴사를 결심했을 땐 나름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 더 늦기 전에 나를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겠다는 위기감. 그 모든 감정이 겹쳐졌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미련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떠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문득, “그때 그냥 조금만 더 버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가 승진하거나, 누군가가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그 마음은 더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었을까?’ ‘조금만 참았으면 지금쯤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는데…’ 같은 생각이 조용히 고개를 듭니다.
그 질문은 후회의 형태로 찾아오지만, 사실 그 안에는 불확실한 현재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아직 이 길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기에, 나의 선택을 쉽게 믿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럴 때 나는 내게 이렇게 말해봅니다. “그때 너는 최선을 다해 결정했어. 그 순간의 너는 지금보다 덜 알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절실했을 거야.”과거의 내가 한 선택을 지금의 내가 폄하하지 않기로. 그것이 이 흔들림 속에서 나를 다시 붙잡는 첫 번째 방법이었습니다.
이 길이 실패처럼 느껴질 때, 내가 놓치는 것들
우리는 종종 ‘결과’로만 선택을 평가하려 합니다. 잘 풀렸다면 옳은 선택, 힘들다면 잘못된 선택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현재가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그 시작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쉬운 길’이 늘 ‘좋은 길’은 아니고, ‘느린 길’이 반드시 ‘틀린 길’도 아닙니다. 나는 지금 분명히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길이 실패인 것은 아닙니다.
되돌아보면, 퇴사 후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는 감각을 얻었으며, 글을 쓰고, 배움을 이어가며 작은 변화를 쌓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숫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성장들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마음이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으며, 스스로를 다루는 방식도 성숙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외부에서 보기엔 ‘성과’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삶의 질을 천천히 바꾸어준 조용한 진보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실패가 아니라,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 이 길의 끝을 보지 않았을 뿐이고, 나의 방식대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실패라는 프레임에서 나를 꺼내는 연습
‘이 길이 실패인가?’라는 질문은 때때로 내 마음을 조용히 잠식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중요한 건 그 질문에 어떤 시선으로 답할 것인가입니다. 예전의 나는 결과로 나를 평가하려 했고, 외부의 시선으로 삶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가능한 한 감정의 중심을 내 쪽으로 끌어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글 한 편을 썼다면, 그것은 단순히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한 용기’였고, 하루 계획을 끝까지 지켰다면, 그것은 ‘내 삶을 통제하려는 의지’였습니다. 또 하나는 ‘내가 선택한 이유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퇴사라는 결정을 할 때의 마음, 나를 무너뜨리던 순간들, 내가 바랐던 일상의 감각들. 그것들을 기억하고 인정하면, 지금의 흔들림도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봅니다.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야.”“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나를 이루는 조각 하나가 되고 있어.”“이 길은 내가 선택했고, 나는 지금 그 선택을 살아내고 있어.”
이 길이 실패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내 안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결과로 나를 정리하지 않고, 흔들리는 지금도 내가 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합니다. 어쩌면 이 길의 진짜 가치는, 끝에서가 아니라 지금 이 과정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걸음이라고 믿습니다.